[스카이 사람들]-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문화예술의 대중화를 꿈꾸는 큐레이터죠”
누구에게나 문화예술이 쉽게 다가가도록 ‘시민 참여형’ 페스티벌 기획
봄이 오면 광화문 광장에는 특별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바쁜 일상에서 미술과 가까이 할 기회가 적은 시민들에게 미술이 다가가는 행사다.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은 순수 미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다채로운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저희는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조직위원회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전시회 기획부터 작가를 섭외하고 작품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죠. 예술을 어려워하거나 접할 기회가 부족한 분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예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우리나라 예술 생태계도 좀더 개선될 거라 생각해요.”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조직위원회의 조아라(여·30) 책임 큐레이터와 이혜리(여·28) 큐레이터의 말이다.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은 일반 시민의 문화체험 뿐 아니라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직업군에도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활동을 지원함으로 관련 분야의 꾸준한 활성과 성장을 돕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의 기획을 맡고 있는 조아라 책임 큐레이터와 이혜리 큐레이터를 만나 페스티벌과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양화 전공생에서 큐레이터가 되기까지…“문화예술 환경 개선하고파”
올해로 15회를 맞이하는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은 매년 봄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한 서울시 비영리 전문미술축제다. 매년 전문가와 비전문가 구분 없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시민참여형 미술축제’를 목표로 다양한 전시와 연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총 4개의 전시와 1개의 야외행사, 국제포럼과 프로젝트 및 10여개의 전시연계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조직위원회에서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조아라 책임 큐레이터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조 큐레이터는 미술 작가가 되기 위한 꿈을 품고 대학교 회화과에 진학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고 말한다. 시간이 가면서 그림을 그리는 행복과 미술 작가로서의 현실적인 삶 사이에서 고민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대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그림을 그리는 순간은 행복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고민을 하기 시작했죠. 과연 미술 작가가 되면 내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었죠. 그렇게 대학교 1학년 시절 방황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다음해에 우연히 미술 이론과목을 공부하게 됐고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죠”
조 큐레이터는 미술 이론과목을 수강하면서 미술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직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수집하고 관리하며 전시회를 기획하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대학교를 졸업한 조 큐레이터는 광화문국제아트패스티벌 조직위원회 소속 큐레이터가 됐고 올해 6년차 책임 큐레이터가 됐다.
이혜리 큐레이터 역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이 큐레이터는 대학시절부터 전시회 기획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미대생이던 시절 전시회에 가면 작가의 작품보다 전시회가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기획됐는지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고 말한다.
“사실 대부분의 미술전공생들은 비슷한 고민을 할 거라고 생각해요. 미술작가가 되는 것을 꿈꾸지만 현실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죠. 제가 미술과 관련된 다른 일을 찾은 이유도 실은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컸다고 생각해요. 제 주변을 보면 미술작가가 된 이후 다른 일을 하면서 그림 그리는 일을 병행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 전시회에 참여하는 청년 작가 분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구요”
조아라 책임 큐레이터와 이혜리 큐레이터는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이 현재 미술작가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 책임 큐레이터는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미술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그림을 어려워하거나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미술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면 미술작가가 활동할 수 있는 환경 또한 개선될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광화문국제페스티벌 기간에는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 분들이 직접 오셔서 시민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거나 함께 그림을 그리는 시간도 가져요. 이런 시간을 통해 일반 시민들이 미술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미술이 어렵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문화예술 필요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지금부터 바로잡아야”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지원금과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 큐레이터는 지원금과 후원금을 얼마나 받는지에 따라 전시회가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토로했다. “사실 단체를 운영할 때 지원금과 후원금을 받기가 정말 힘들어요. 이 문제는 우리사회가 문화예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는 입장료를 지불하면서 일부러 미술전시회를 찾아가는 분들은 많지 않아요. 유명한 작가의 전시회가 아니면 굳이 돈을 지불하고 전시회에 가지 않죠. 이러한 인식은 저희가 후원금과 지원금을 받기 어렵게 하는 원인이죠. 사실 문화예술은 현대인의 정신적 불안과 고통을 어루만지고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말이죠”
이혜리 큐레이터는 작가에게 작품은 또 다른 의미에서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작가가 재료부터 배송까지 사비를 들여서 작품을 완성하고, 이를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선 예술을 소비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조 책임 큐레이터는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문화예술이 우리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고 어렵지 않은 전시가 필요하다고 조 책임 큐레이터는 말한다. “몇 해 전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에 찾아오신 분이 계셨어요. 전시회에 많이 다니지 않으신 분이셨는데 당시 한 청년 작가의 작품을 인상 깊게 보셨는지 그 이후로 그 작가님의 작품을 찾아서 보러 다니시죠. 최근 청년 작가들은 SNS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을 활발하게 하면서 대중들과 거리를 좁히고 있어요. 저는 이런 방식으로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 큐레이터는 우리 사회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무관심을 이해하는 한편 우리 사회가 언젠간 그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예술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죠. 하지만 앞으로 ‘예술의 대중화’가 저희 목표예요. 어린 나이부터 연세가 있으신 분들까지 모두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가 되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찾는 전시회를 기획하면 예술에 대한 필요성을 모두들 인식할 날이 오겠죠.”
[나광국 기자 / 스카이데일리]